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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1세기 부모의 조건 > > <글: 이정화 소장> > > 서점에 가면 최근 나오는 책들이 모두 ‘신화’일색이다. 주몽설화나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고대 이야기가 아닌 ‘~의 위대한 승리’ ‘ ~의 성공’과 같이 한 개인이 자기 영역이나 일에서 얼마나 위대한 신화를 창조했는지에 대해 서술한 위인전(?)이나 현대판 신화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가 이전 시대에서는 한 세기에 하나도 나오기 힘들었던 영웅이나 신화적 인물을 수없이 배출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한 개인이 영웅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특별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일까? 그 어떤 이유에서건 세상은 바뀌고 있고 지금 자라나는 우리 자녀들은 소위 ‘영웅’이 되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자기 색깔, 자기 모양으로 특별한 신화 창조를 요구 받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고, 부모는 그를 위해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가? > > 세상을 한 번 둘러보자. 같은 내과 의사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의사가 이름을 떨치고, 아무리 뛰어난 수학자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자기 논리를 설명할 수 있는가에 따라 학문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광고 문구에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고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없다면 생명력이 없으며, 주변에 있는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바로 이것이 21세기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 21세기 형 지능’의 실체이다. 집에서는 잘 하는데 남 앞에 가면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 상식은 많고 무엇을 물어보면 백과사전처럼 자신이 아는 사실에 대해서는 거침없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자신의 느낌은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아이들, 누군가 시키고 자극을 주면 하지만,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라고 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목표 없는 아이들, 가르쳐준 것은 잘 알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는 위축되는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자원보다 사회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는 상당히 어렵다. 역으로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의 장점에 대해 잘 알고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 다른 사람의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고 민감하게 그 사람을 공감해주며 배려해주는 아이들, 한 번 한다고 했으면 끝까지 자신의 방식대로 이루어내는 아이들, 어려운 상황에 부딪혀도 포기하거나 숨지 않고 자신이 내 올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내오는 아이들, 남들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을 만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아이들, 낯선 상황에서도 남에게 자신을 잘 표현하고 관계를 잘 맺는 아이야말로 다양성과 개성이 강조되는 이 사회 속에서 자신을 발휘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사고하고 분석하는 능력, 암기력 등의 주어진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모든 자극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을 식별해내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실제 생활에서 유능하게 적용하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 > 그렇다면 아이들이 이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부모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아이를 긍정적으로 보아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보통 부모는 내 아이의 98%의 강점보다는 2%의 약점에 초점을 맞춘다. ‘활달하다’고 하기 보다는 ‘산만하다’, ‘차분하고 신중하다’고 하기 보다는 ‘부끄럼이 많고 소심하다’는 등 아이에게 있는 두 가지 양상에서도 부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를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감을 잃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나 평가도 늘 부정적이고 비판적이기 쉽다. 긍정형 부모는 아이의 약점이 아닌 강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떤 아이에게도 자기 만의 재능은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할 때 아이들은 최대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것에 관심과 흥미가 있는지 아이의 눈빛을 놓치지 않고, 그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부모가 긍정형 부모이다. 특히, 한참 자율감과 유능감이 발달하는 3~10세의 아이들이 뭔가 하고 싶게 만드는 가장 좋은 즉효약은 재미있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 여기에 아이의 강점이 숨어있다. 잘 못하는 것 보다는 잘한 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자신의 유일함, 독특함에 가치를 둘 때 어떤 일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신뢰하게 되며 존중하게 된다.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만이 다른 사람의 욕구에 관심을 보이고 그를 긍정적인 시야로 보아줄 수 있고 타인을 신뢰하며 상대가 갖고 있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 둘째, 가능성을 확장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부모가 요구하는 단 한가지 정답을 찾아내도록 교육받는 아이들은 생활에 융통성이나 유연성을 갖기 어렵다. 나아가 창의력을 발달시키기에는 더욱 어렵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고 제 3의 대안을 낳을 수 있도록 만드는 태도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자세이다. 이를 위해서 부모는 지시나 충고, 조언 보다는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너무나 많은 일을 두고 짜증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빨리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일을 대신해주거나 구획정리해주는 부모보다는 “이 많은 일들 중에 너에게 가장 긴급하면서도 중요한 일은 무엇이야?” “이렇게 일이 많았을 때 네가 해왔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었어?” “그 때 네가 특별히 잘했다고 느낀 것은 뭐야?” “그 방법을 지금 적용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등으로 아이가 스스로 자기 안에 있는 해답과 가능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렇게 적절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 자기 해답을 불러 일으키며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질문을 받은 아이만이 어떤 문제상황에서도 수십 수백 가지의 자기만의 가능성을 놓고 보다 넓은 안목과 관점으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 셋째, 공감적이면서도 객관적인 부모가 되어야 한다. 부모가 객관적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객관적인 모습,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찾아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판단, 평가, 비난, 비판, 충고, 조언, 지시, 강요를 하지 말고, 자신의 모습을 비우고 아이 그대로의 모습을 비추어줄 수 있는 거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넌 왜 이렇게 늦장을 피우니?”는 부모의 판단과 비난이다. “오늘 학원시간이 지났구나”가 있는 사실 그대로일 것이다. “변명하지 말고 언제 약속을 지킬 건지 말해봐”는 비난과 강요, 지시이지만 “네 말 잘 들었어. 지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엄마가 도와줄 일은?” 등은 사실을 그대로 반영해줄 뿐 아니라 나아가 아이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돕는 일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많은 힘겨루기는 사실 충분히 공감 받지 못하고 상대방의 판단이나 평가 때문에 부적절하게 자신을 주장하려고 하는 데에서 생기는 어려움이다. 아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언제 어느 순간에도 자신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바로 이렇게 부모 자신이 판단 없는 거울이 되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 > 어떤 일에서든 ‘전문성’이 중요한 시대이다. 더 이상 그저 생물학적인 ‘부모’라는 존재로 자신의 지위와 위상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아닌, 자신의 자녀에게 세상 누구보다도 강력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해주는 존재, 어떤 상황에서든 동기부여하고 최상의 발달과정을 함께 하는 존재로서의 부모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할 때이다. 21세기에 ‘충분히 좋은 부모’란 언제나 노력하고 배우며 새로운 시도와 창조할 수 있는 존재로 늘 거듭나는 부모가 아닐까 한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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