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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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댓글 0건 조회 79회 작성일 06-08-30 17:34본문
현지 아버님께.
이렇게 글을 주셔서 참으로 감사드려요.
이 글에서 아버님께서 가지시는 현지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부모로서 온전히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 아이의 더욱 굳건하고 안정된 지지대가 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지금 제 마음을 참 따뜻하게 하고, 현지의 치료 예후도 더욱 밝게 보여 기쁜 마음으로 아버님의 메일을 접했습니다.
1. 먼저 아버님께서 궁금해하신 한번의 상담으로 어떻게 진단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답변드리겠습니다.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이 납득하시기에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거나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놀이나 그림으로 나타내고, 저희는 현재 그것을 통해 아이를 진단내립니다.아마 이전 기관에서도 놀이를 통해 아이를 보는 평가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보다 세부적인 진단을 위해서는 객관화된 검사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게 되지요. 그를 위해서 심리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놀이평가나 그림평가를 통해 본 현지는 어머님께 말씀드린 대로 세상에 대한 안전감과 신뢰감이 부족했고, 그 때문에 안전된 환경이 아닌 상황에서는 위축되고 의존적인 면이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그림을 보면서 구체적 설명을 드리는 기회가 있길 원합니다). 민감한 아이이기 때문에 외부의 상황변화나 타인의 감정 등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는 편이었으나 과거에 충분히 care받지 않았다고 느낀 자신의 경험들이 현재 현지에게 자기 안으로 숨거나 위축되는 경향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한 번으로 더 깊은 사항까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현지가 이후 놀이치료를 하게 되면 점점 더 자신의 깊은 내면을 보여주게 되겠죠. 그러나 현재 유치원의 적응과 연관된 현지의 심리상태는 이러하다는 것을 현지는 놀이와 그림으로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2. 유치원 문제와 연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만난 현지는 사회성이 없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실제 또래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표현할 힘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그렇게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전 기관에서 사회성 결여라고 진단받았다고 어머님께서 보고해주셨는데 사회성이라는 것을 용어정의하는 것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지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것을 유지해내는 의사소통 기술이나 관계형성 기술 등이 부족한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경험하시는 현지는 어떤가요? 아버님과 관계맺기나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협상하며 타협하거나 조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시는지요? 제가 만난 현지는 나름대로 낯선사람에게 먼저 공통주제를 만들어내고, 적절하게 반응하며 다른 사람의 의도를 아는 능력이 또래에 비해 떨어지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2가지 일 것입니다. 현지가 저와 같이 있는 공간을 안정한 공간으로 느껴 편안한 공간에서 가지는 자신의 자원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민감한 감정을 받아주고 수용해주는 공간에서 자신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렇게 현지는 안정된 공간에서는 7세에 걸맞는 충분한 강점과 능력을 가진 아이라고 사료됩니다.
3. 그러므로 저는 현지가 현재의 연령으로 보았을 때는 유치원에 당연히 다녀야 한다고 판단되지만, 현지의 심리상태로 보았을 때는 유치원에 가는 것이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 유치원을 29개월에서 7세가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보내신 부모님의 소신은 참으로 높이 사드리고 싶고, 그것이 이후 큰 양육의 자원이 된다고 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 현지는 더욱 자신의 안전감을 위협받지 않을까 생각이 되어 안타까왔습니다.
4. 현지는 역량이 있는 아이입니다. 인지능력도 제 연령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감수성도 풍부하며 상상력도 있는 아이입니다. 현재의 불안이나 안전에 대한 신뢰감을 해결하여 충분히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자신감을 가질 때 현지의 발전이나 생활에서의 적응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5. 현지의 놀이에서 계속 가시덤불을 놓지 않으면 위협받고 무서워하는 사자의 형상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사자는 '이렇게 해놔도 이 사자는 무서워해요'라고 현지는 말했습니다. 이제는 빗장을 걸어잠그지 않아도 외부세상에 마음대로 뛰어다녀도 안전하다는 신뢰감이 현지의 재능을 지금보다 더욱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6. '문제 부모 아래 문제 아이가 있다'는 말을 저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가장 충족하고 싶은 욕구와 의도를 민감하게 알아주는 부모 아래 성공하는 아이가 있다'라고 말입니다. 아버님께서 감명깊게 보신 감정코치도 바로 그런 철학 아래 있는 것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부모는 그 욕구를 제 때에 민감하게 알아주면 됩니다. 지금 현지는 부모님이 자신이 어떤 일이나 행동을 잘 할 때만이 아니라 자기 존재 자체로 인정해주고,그 안에서 든든한 안정감을 가지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 욕구를 충족해주기 위해서는 현지에게 가장 안전감을 주는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물리적 환경은 물론이고(이미 해주셨듯이) 심리적 환경에서도 자신이 충분히 아이다운 모습으로 care받고, 자신의 감정이 수용받는 경험을 반복하여 체화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힘있는 모습으로 우뚝 서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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